2026 여름 - 통권 126호
해양 생태
바다는 지구라는 용기에 담긴 물이 아니다. 한편으로 바다는 생산물이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바다를 생산해왔다. 바다는 로지스틱스 공간의 한 요소로, 연안 어부의 생계 수단으로, 독성 폐기물을 저렴하게 버릴 수 있는 쓰레기장으로,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자원의 보고로, 이주노동자가 차별받는 작업장으로 생산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바다는 지구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행위자다. 바다는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인간이 배출한 탄소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온도 조절 장치다. 바다의 움직임, 해류는 에너지를 실어 나르면서 영향권에 있는 대륙의 기후를 조절한다. 이처럼 (비)인간 생명의 삶은 (용기에 담긴 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바다의 움직임 안에 있다. 요컨대 바다는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아래의 바다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생명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조금씩 그러나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바다로 흘러간 혹은 직접 투기된 쓰레기, 일본 정부가 꾸준히 방류하고 있는 방사성 오염수 등은 바다를 점점 죽음의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생명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바다는 용기 안에 가두어져 있지 않다. 하나의 임계점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생명이 사라진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바다를 살아가는 인간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요는 우리가 바다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바다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깊숙이 연루된 우리의 바다 내 삶을 다각도로 문제화하고 다른 관계 맺기의 방식을 숙고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번 특집은 우리의 삶의 기초를 이루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바다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관계 맺기 위한 시도로서, 다른 바다살이를 위한 시도로서 기획되었다. 지난 ‘농생태’ 특집(124호)이 도시인들에게 비활성 객체로만 인식되는 흙을 생명력의 근원으로 이해하면서 그에 기초한 생태주의적 실천을 구상했다면, 『문화/과학』 126호(여름호) 특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바다를 단순히 소비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원으로 이해하고 다르게 관계 맺기 위한 방안을 숙고한다.
-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우리들 / 김현우
- 청색 추출주의(Blue Extractivism), 심해를 향한 착취 / 김정도
- 바다와 나를 잇는 시민과학 / 신수연
- 조기와 원자력: 해안선의 민주주의와 전기 네트워크 / 김만석
- 해양 쓰레기는 무엇을 하(게 하)는가?: ‘어두운 생태학’과 마주하는 미술 / 전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