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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겨울 - 통권 120호

전환의 키워드


책임편집 : 이광석 · 정정훈 · 박자영 · 전주희 · 김현준 · 천주희 편집위원


이번 『문화/과학』 120호 특집 주제는 '전환의 키워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위기와 무너진 폐허 위에서라도 다른 세계를 희망하고 이를 새롭게 짓겠다는 편집위의 결의가 함축돼 있다. 이번 특집 기획을 통해서 다중재난의 삶의 조건에서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려 애쓰며, 주어진 위기 상황을 성찰하려 하며, 야만의 '식인 자본주의' 이후의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 모두와 함께 새롭게 ‘전환’ 논의를 시작하고자 했다. 우리는 ‘전환의 키워드’ 특집호를 새로운 세계를 짓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체제 전환의 기회와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주요 실천 담론과 키워드를 점검하는 자리로 삼았다. 특히, 커먼즈, 생태, 테크놀로지, 젠더, 돌봄, 노동, 정동 등을 전환의 키워드로 새롭게 읽고, 이를 다른 삶의 기획에 쓰일 사유의 무기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특집호는 파격적으로 기존의 발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전환의 키워드와 연관된 총 3부 12편의 특집글로만 내용을 꾸렸다.



특집_전환의 키워드

1부. 체제 전환의 역사적 모색과 전망 

  • 인공지능, 기술권, 그리고 디지털 충분성 / 김병권 
  • 패가 다시 분배된다면, 주사위 또한 다시 던져져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사회운동의 궤적과 체제전환운동의 전망 / 정정훈 
  • 좌파 이론의 수용은 사회운동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 장석준 
  • 『문화/과학』 120호 특별 좌담회: 체제 전환의 시대, 문화연구의 현재와 미래 / 김성일·미류·이동연·이현재·천주희·정원옥(사회) 

2부. 한국사회의 모순과 질곡 넘어서기 

  •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을 넘어선 전환의 조건 / 전주희 
  • 젠더, 한없이 하찮고 시시한 전환의 키워드 / 손희정 
  • 빈곤의 얼굴들 / 소준철 
  • AI 기술 신경망, 자본주의 멀티모달 비판: 렌티어/봉건 국면에서 공통 연결체 되기 / 신현우 
  • 인공권력, 인간권력, 자본권력: 계산적 합리화에 의한 민주주의 자동화 시대, ‘AI 대전환’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김현준 

3부. 대안 기획과 전환의 상상력 

  • 체제 전환의 지렛대, 탈성장 / 김현우 
  • 돌봄의 정치: 무엇을 돌볼 것인가? / 권범철 
  • 포스트휴먼 되기의 기술: ‘포스트휴먼’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김은주 
  • 동아시아의 저항정치와 국경을 넘는 연대의 가능성 / 홍명교

소개글

 

특집 1부. 체제 전환의 역사적 모색 과정과 전망 

총론 격인 1부 논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전환 의제와 관련해 묵직한 세 편의 글을 싣고 있다. 우선 정정훈은 「패가 다시 분배된다면, 주사위 또한 다시 던져져야 한다」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운동의 흐름과 최근 등장한 체제전환운동의 함의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오늘날 체제전환운동을,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와 87년체제를 극복하려는 사회운동의 새로운 시도라고 규정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운동의 향방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토론이라고 주장한다. 장석준의 글 「좌파 이론의 수용은 사회운동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는, 국내 좌파 이론과 사회운동의 관계를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의 맥락에서 살핀다. 그는 사회운동의 부진과 좌파 이론의 정체 상태를 넘어서기 위한 향후 좌파 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마지막 글은,『문화/과학』 3기 편집위원회 5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특별 좌담회 「체제 전환의 시대, 문화연구의 현재와 미래」이다. 좌담회에서는 지난 5년 동안 『문화/과학』에서 시도한 담론적 실천을 평가하고, 체제 전환의 지형에서 문화이론과 문화운동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특집 2부. 한국사회의 모순과 질곡 넘어서기 

세부적으로 전환의 주요 쟁점과 의제를 다룬다. 수록된 다섯 편의 글은 전환의 키워드이자 화두로서, 노동, 젠더, 빈곤, 자본의 기술화, 기술의 정치화 문제를 각각 짚고 있다. 전주희의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을 넘어선 전환의 조건」은 기후운동의 핵심 구호로 부상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아닌 체제 전환”에서 노동의 구호가 ‘정의로운 전환’에 머물기보다, 기후정의운동과 체제 전환 사이에서 ‘반신자유주의’의 접합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손희정의 「젠더, 한없이 하찮고 시시한 전환의 키워드」는 ‘젠더’를 통해서 체제 전환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젠더 유토피아’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삼는 행위라 본다. 소준철의 「빈곤의 얼굴들」은 ‘빈곤의 얼굴은 무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특히, 제도, 격리, 대상화, 조직화 과정에서 빈민의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어떻게 빈곤과 통치가 조우하는지 보여준다. 신현우는 「AI 기술 신경망, 자본주의 멀티모달 비판」에서 자본주의를 수사나 은유가 아닌 ‘자본주의 멀티모달’로 변환되는 구체적 생산양식 분석이 중요하며, 이러한 견지에서 기술봉건주의나 감시자본주의 같은 규정이 비판적으로 독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현준의 「인공권력, 인간권력, 자본권력」은 AI로 ‘자동화된 민주주의’와 ‘AI 대전환’으로 포장되는 자본권력에 의한 정치의 ‘식민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그는 AI를 통해 정치를 장악하는 ‘포스트민주주의’ 국면을 우려한다. 


특집 3부. 대안 기획과 전환의 상상력 

무엇보다 탈성장, 돌봄, 포스트휴먼, 동아시아 정치를 향후 주요한 전환 기획 의제이자 대안의 키워드로 읽고자 하는 네 편의 글을 수록했다. 김현우의 「체제 전환의 지렛대, 탈성장」은 기후위기, 자본주의, 정치 전략, 사회운동 등에 걸쳐 탈성장 개념을 논의하고, 체제 전환의 지렛대로서 탈성장의 확장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권범철의 「돌봄의 정치, 무엇을 돌볼 것인가」는 돌봄을 자본의 가치화가 아니라 자기가치화를 통해 다른 삶의 구성으로 이해하고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그 경로들을 탐색한다. 김은주는 「포스트휴먼 되기의 기술」에서 인간중심주의를 여전히 보존하는 ‘포스트휴먼 전회’를 비판적으로 재고하고, 신유물론을 긍정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입장에 서서 세대/종 사이의 정의를 지탱하는 대안적 포스트휴먼과 이로써 존재할 수 있는 실천적 기술을 모색한다. 홍명교의 「동아시아의 저항정치와 국경을 넘는 연대의 가능성」은 2010년대 이후 동아시아 대중운동이 벌어진 주요 장소들과 사건들의 병치를 통해, 억압적인 지배체제가 국제적으로 연결되는 데 반해 그에 맞선 이들 저항은 왜 연결될 수 없는지를 질문한다. 


제3회 문화비평 공모전 당선작

선정작인 박규리의 글 「수익성 인스타툰이 구성하는 갓생과 ‘갓생러’의 정체성」을 선정위원회의 총평과 함께 실었다. 그의 글은 청년세대가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스타그램에 주목하고 이의 미시서사와 자조적인 내면 풍경을 소묘하고 있다. 


이미지 큐레이팅 

정강산의 이번 <이미지 큐레이팅>은 커먼즈, 생태, 돌봄, 문화정치적 문제의식과 사회미학적 작업에 천착해왔던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박찬국, 조영주, 한받의 작품과 퍼포먼스 이미지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