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겨울 - 통권 124호
농생태
124호(겨울호) ‘농생태’ 특집에서는, 『문화/과학』이 견지해왔던 이론실천적 논지를 이어가면서도 좀 더 우리가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 몸과 마음의 조건이자 생명 발원지인 ‘흙’을 중심에 두고 보다 실제적인 생태주의의 조건과 이의 대안 모델을 찾아보고자 했다. 농생태는 ‘흙’을 중심에 둔 생태주의적 실천 구상이다. 농생태는 기후위기와 공장식 산업농업에 대응해 다양한 작물과 생명의 혼종적 섞임을 강조하는 생태농업의 방식으로, 흙을 북돋우려는 생명 공동체적 살림의 문명 행위를 강조한다. 더불어 흙을 커먼즈적 공통 자원으로 삼아 개발과 성장 논리에 맞서 벌이는 자치운동이며, 흙을 매질 삼아 모든 생명이 공생공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태정치학적 방법론으로 읽힐 수 있다.
흙(대지)은 물(바다)과 함께 자연 수탈(부동산)의 대상이자 투기(땅)의 영역으로 이제까지 억압되어왔지만, 이제 우리는 그 스스로의 생명력을 복원하는 흙의 자정 능력을 되살려야 한다. 다량의 탄소를 그 속에 포집해 가둬 양질의 무수한 식물과 생명을 움트게 하고 그 안에 만물이 공존하게 하며 이에 의지해 온갖 생명이 뿌리내리게 하는 흙은 우리에게 생명 생태계 공동번영의 천연 근원지라 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각종 재난의 여파 속에서 인간과 생명 타자를 보듬어 안고 서로 돌볼 수 있게 하는 힘 또한 흙에서 마련될 수 있다. ‘농생태’ 특집은 그런 ‘흙’에서 기후재난을 비껴갈 생태주의적 지식과 지혜를 찾고자 한다.
우리는 흙과 물, 자연 수탈의 대상으로만 취급됐던 이들 생명 공통의 커먼즈를, 당면한 인류세 위기 국면에 맞설 생태주의적 해법을 찾아낼 근거로 보고 있다. 물과 흙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 한 국내외적으로 기후난민의 재난과 희생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번 ‘농생태’ 특집호에서는 이렇듯 위태로운 삶의 조건에 처한 생명의 상호돌봄과 재활을 흙에 주로 기대어 찾고 이를 기후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생태주의적 삶의 방식으로 삼는 데 그 의의를 두고자 한다.
- 흙에서 시작하는 생태정치: 인류세 위기와 농생태학 전환 / 김신효정
- 지속 가능한 성장은 없다: 에코페미니즘의 생태-사회-경제의 위상 재위치 정치 / 박이은실
- 식량주권과 생태농업 / 윤병선
- 인간-작물 관계의 생태학: 생물다양성과 친족 중심 생태 / 황희선
- 도시의 대지를 만나기 / 권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