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을 - 통권 127호

AI 로동

 

그야말로 인공지능(AI) 광풍이다. 키 190cm, 56개의 자유도와 360° 회전 관절을 갖추고 50kg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새로운 작업을 하루 만에 학습하고 배터리 부족 시 로봇끼리 자가 교체까지 한다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의 홍보 문구는 ‘AI 로동(로봇 노동)’이 곧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무오류·무결점의 미래 기술이라는 심상을 우리에게 각인한다. 12·3 내란 사태와 시민 광장정치로 출범한 정부의 “국민주권” 사회의 약속은 흐릿해지고, “AI 기본사회” 공약만이 시선을 잡아 붙든다. “모두를 위한 AI”나 “소버린 AI”라는 추상의 정책 깃발 말고는 사회 약자를 위한 AI의 구체적 쓸모에 대한 논의는 크게 부재하다. 경기 침체와 무너진 내수를 살리기 위한 특제 처방으로 AI 기술이 소환되면서,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디서든 인공지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뭐든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현대자동차가 AI 로봇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반응했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아틀라스의 생산 공정 투입은 마치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와 같아서 “피할 수 없”다고 평했다. ‘역사적 수레’라는 비유법에는 AI 대세론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은 역사의 순리와 같아 거부하기 어려우니, 희생이 따르더라도 수용하고 노동자 각자 살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기술 부흥을 통한 성장 효능과 성공 기억의 누적치가 크게 자리한 이 ‘기술 낙관주의’의 시각 속에서, AI가 배태할 위협이나 문제는 그저 부산물로 취급되고 AI 개발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이들은 시대 착오자나 부적응자, 심지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반역자로 몰린다.


그러나 ‘AI 로동’은 노동자의 생존과 존엄한 삶에 직결하는 문제다. 현대차의 ‘아틀라스’건 포스코의 ‘페르소나 AI 로봇’이건, 이들 AI 로동은 여전히 내재적으로 불완전하다. 서비스·디자인·게임 등 인지노동 현장에서는 AI 생성 결괏값이 불완전해 노동자가 뒤처리하는 일감과 시간이 늘어나는 모순, 즉 ‘워크슬롭(workslop)’ 현상이 고질적 문제로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완벽해 보이는 AI 로봇에도 인간의 미세한 수발이 필요하며, AI 로봇 도입을 계획하는 제조업계조차 그 활용 수준을 인간으로 치면 ‘인턴’ 정도로 본다. 일자리 대체 효과도 문제지만, 자칫 AI 로봇의 결함과 오류를 인간이 메워야 하면서 발생할 새로운 직무 스트레스나 노동 강도 강화 등 노동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이번 호 특집은 AI 로동을 우리 사회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로 보고, 그 현안과 현재 모습을 살피며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삼고자 한다.



특집_AI 로동
  • 감각하는 자본, 노동하는 기계: AI·로봇 노동의 작동 미학과 인지의 착취 구조 / 김상민
  • AI와 ‘수탈·착취의 혼종’ 그리고 작업장 민주주의  / 전주희
  •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간?: 자동화와 중단 없는 로지스틱스 / 장병호
  • AI(AX)는 공공성을 담보하는가: 행정노동·기술정책·책임의 구조 변동 / 김현준
  • 비인간 권력을 향한 두 가지 질문  / 김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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